예전에 첫 작품으로 시도했던 너구리 그림책. 출판사들에 선보였을 때 혹평만 듣고 끝났던 기억이 있다. 그 때부터 내 그림이 너무나도 꼴보기 싫었다. 나도 내 그림이 못난 건 알고 있었으니까. 다시는 너구리 그림에 손댈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며칠 전 같이 그림 공부했던 분이 너구리 그림책을 완성해보라는 격려를 해주었다. 그 때는 그럴 생각이 없다고 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열심히 그렸는데 완성 못한 게 아깝긴했다. 밑선 그림은 다 남아있어서 채색만 끝내면 되는 상태이기도 했고.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내가 그림책 하나를 완성하지 못한 이유도 알겠더라. 그림을 못그리니까 계속 그리는 걸 주저하게 됐다. 그려놓고도 못나보이니까 버리고, 바꾸고, 또 고치고 얹고 덧칠하는 걸 계속 반복했던 거다. 당연히 다른 사람보다 그리는 시간이 열배는 더 걸렸고 완성은 꿈도 못꿨다. 그림 그리는 내내 다른 사람이 내 그림을 보면 못 그렸다고 욕하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있었다. 시간은 시간대로 허비하고, 그림 그리는 게 고역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제는 나의 못난 그림을 인정하기로 했다. 못나면 못난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야지. 비록 엉망진창인 그림이라도 완성을 목표로 하나씩 그려야겠다.
한 장을 그려보니, 손가락과 손목의 통증때문에 섬세한 작업이 어렵다. 예전의 그림과는 느낌이 많이 달라졌다. 그림체 유지보다는 최대한 완성에만 집중해야겠다.
그리고 그림책 독립출판을 한번 시도해 본 결과 앞으로는 손그림 대신 디지털 작업을 시도해보려고 한다. 스캔비용과 판형, 인쇄 비용 등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최저 품질로 하더라도 100권만 해도 최소 비용이 2만원 넘게 나왔다. 손 문제도 그렇지만 출판을 생각한다면 디지털로 바꿔서 그리는 연습을 많이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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