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편집_포토샵, 인디자인 독학(2024.5.23)

원화 스캔은 끝났지만, 그림책 독립출판을 하기 위해서는 그림책 편집이라는 아주 큰 산이 남아있었다.
인쇄소에 그림책 인쇄 의뢰를 하려면 포토샵, 인디자인 프로그램은 무조건 다룰 수 있어야 했다. 그렇다고 편집부터 모든 걸 해주는 업체를 이용하자니 돈이 너무 많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독립출판의 모든 과정을 직접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컸다.
 
하지만 인디자인은 아예 켜본적도 없었고, 포토샵은 그림의 크기 줄이는 방법조차 모를 정도로 아예 백지상태였다. 막막했다. 우선 책을 사서 독학을 시작했다. 인터넷에서 검색했을 때 위쪽에 있는 책을 시켜서 처음부터 따라 했다. 

독학 때 봤던 책들

1. 포토샵
책의 처음 부터 다 읽고 모든 예시를 따라 했다. 당연히 다음날 되면 까먹었다. 그냥 확대, 크기조정 같은 기본키만 반복해서 익힌다는 마음으로, 몰라도 무작정 따라 해봤다. 
근데 내가 산 책은 따라하자니 불편한 게 있었다. 챕터의 처음에 예시가 있는데, 챕터의 뒷부분에서 나오는 기능을 알아야만 따라 할 수 있었다. 기초내용에 대한 설명은 생략되어 있는 예시였다. 뒤에 설명이 있는 줄도 모르고, 생략된 부분을 혼자 찾아가면서 따라 하느라 엄청 애먹었다. 예를 들면, 색상코드를 넣으라는데 색상코드 넣은 화면만 딱 나와있다. 어디를 클릭해야 하는지 설명은 없고, 색상코드는 뭔지도 모르고... 처음에는 내 수준에 맞지 않는 책을 샀다 싶어서 엄청 당황했다. 그런데 애먹어가면서 겨우 따라 하고 넘겼더니... 기초기능에 대한 설명이 그제야 나오는 게 아닌가? 거의 매 챕터마다 이런 식이라 진땀 빼다가 허탈해하고, 이걸 반복한 것 같다. 쌩초보가 따라 하기에는 어려운 구성 방식이었다. 
역시나 중간에 게으름이 도져서 책을 떼는데만 거의 한달의 기간이 걸렸다. 긴 시간 동안 열심히 공부했지만, 결국 그림 편집 때 쓴 기능은 달랑 두 개.. 도장, 스팟 복구 관련 도구 밖에 쓴 게 없었다..ㅎㅎ 그 외에 책에 없어서 잘 모르는 건, 검색해서 블로그 글을 보고 그때그때 따라 했다.
 

 2. 인디자인
책 편집에 중점 맞춰져 있다는 책을 샀는데, 일반도서 편집 중심의 내용이었다. 그림책 편집에 도움 되는 정보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인디자인 내용보다 (이미 공부를 끝낸) 포토샵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나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생각지 못한 곳에서 도움을 받았다. 예전에 학원에서 같이 그림 배우던 분이 간단하게 인디자인에서 그림책 편집하는 법을 알려준 적이 있었다. 그분은 편집 관련 일을 오래 했던 분이었다. 동영상을 찍어서 공유해 줬는데, 다행히도 동영상이 아직 남아있었다. 몇 년 전의 짧은 영상이 정말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만약 영상이 없었다면 아예 그림책 편집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인디자인 편집화면

 

3. 여차저차 편집 끝
끝은 냈지만, 인쇄업체마다 요구하는 도련이나 여백 사이즈가 조금씩 달라서 애먹었다. 게다가 중간에 책 커버나 제본 방식을 바꾸면서 전체적으로 편집을 다시 해야 했다. 기초 없이 급하게 배운 거라 조금만 바꿔도 뭔가 구멍이 났다. 그림을 덜 채웠다든가, 그림의 중요 부분이 잘려버린다든가... 
 
애초에 인쇄, 편집 부분에 대해 고려하지 않은 채로 그림을 그린 게 문제 이긴 했다. 여백을 충분히 줬어야 했는데 끝부분까지 그림을 꽉꽉 채워버린 것... 편집하면서 정말 멍청이 짓을 했구나 싶었다. 그리고 책의 가운데 부분은 제본 때문에 그림이 많이 먹힌다는 걸 잊었다. 그림이 안 잘리려면 제본도 비싼 걸로 할 수밖에 없었다. 비용도 예상보다 거의 3배 넘게 들었다. (내 돈... 하하하...) 그 외에도 어쩔 수 없이 그림의 일부분이 잘리는 건 감안해야 했다.
 
'그림책에 넣을 그림을 그릴 때는 생각보다 넉넉하게 여백을 줘야 하고, 사방 여백과 가운데 먹히는 부분을 생각하고 구도를 짜야한다.'
 
혼자 그림책의 편집과 인쇄까지 다 해보면서, 가장 크게 얻은 교훈이었다.
(비록 시간과 비용이 정말 많이 깨지긴 했지만) 그림책 출판의 전 과정을 온전히 혼자 힘으로 해보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을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