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그림학원을 다니면서, 예술활동증명을 받으면 좋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예술활동 증명을 받으면 '나도 그림 그리는 예술인이다!'라는 증명이 되는 것 같아서 늘 부러웠다. 하지만 미술분야는 생각보다 조건이 까다롭다. 5년 동안 1번의 개인전 또는 5번의 단체전에 참가했다는 증명이 있거나, 예술활동으로 인한 수입이 1년에 120 이상 되어야 한다. 또는 작가로서 작품을 발표한 이력이 있어야 한다. 신청 기준은 아래에 정리해 놓았다.
1. 예술활동증명(일반)
1-① 공개 발표된 예술활동
공연, 전시, 공중송신 등의 방법으로 공개 발표된 예술작품에 참여한 실적 또는 저작물의 발행(출판 등) 실적이 있는 예술인
- 작가 최근 5년 동안 5회 이상 미술·사진·건축 전시회에 참여하였거나 1회 이상 개인전 개최, 또는 5회 이상 관련
매체 등에 작품을 발표하거나 1권 이상의 작품집 발표
*세부기준
1회 전시의 경우 일정한 기간 안에 이루어진 동일한 내용의 전시
1권 국제표준자료번호(ISBN/ISSN)를 부여받은 서적
1편 독립된 작품
1-② 예술활동 수입
예술활동에 대한 대가로 받은 수당, 원고료, 인세, 저작권료, 저작인접권료, 예술품 판매대금 등 수입이 있는 예술인
-예술활동으로 얻은 소득이 최근 1년 동안 120만원 이상인 경우/ 예술활동으로 얻은 소득이 최근 5년 동안 600만원
이상인 경우 / 최근 5년 동안 예술활동으로 얻은 소득이 전체 소득의 50% 이상인 경우
*출처: 예술활동증명|예술활동증명 방법별 기준안내,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사이트
그나마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저작물의 발행(출판 등) 실적이 있는 예술인'으로 신청해 보기로 했다. 검색을 해보니 독립출판으로도 예술활동증명에 성공했다는 글을 여러 개 보았다.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1권이라도 나왔을 때 한번 신청해 보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서 도전해 봤다.
*예술활동증명 신청하는 곳: 예술인경력정보시스템
올해 예술인 기회소득도 받기 위해서, 바로 예술활동증명 신청을 했다. 그런데 기간이 최대 15주까지 걸린다고 해서 놀랐다. 결국 기회소득 신청 기간이 한~참 지나도록 접수에 멈춰있어서 올해 기회소득 받는 건 포기했다. 그런데 내가 기회소득까지 생각하는 건 김칫국을 좀 심하게 마신 거였다.
접수한 지 한 달 정도 지나고 나서 보완요청이 와서 확인했더니, 필수 구비서류 중 '계약서'를 반드시 제출하라는 것이었다. 독립출판은 최소 구비서류조차 맞출 수가 없었다. 왜냐면 내 이름으로 낸 출판사에서 내가 작가로서 책을 낸 건데... 출판계약서가 있을 리가 만무했다. 아무리 찾아봐도 관련 규정이 없었다. 결국 전화로 문의했다. 담당자와 통화하니 이런 경우가 없었던 건지, 왜 계약서가 없냐는 질문을 받았다. 내가 여차저차 설명하고, 독립출판이라 계약서 대신 대체할만한 서류가 없느냐고 물어봤다. 알아본 뒤 전화해 주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다행히 독립출판이면 계약서 제출을 생략하고, 서류는 통과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독립출판한 책 1권만으로는 심사 통과가 안될 거라는 것이었다. 최소 2권 이상 되어야 약간 가능성이 있지만, 그것도 확실하지는 않다고 한다. 심사 위원의 판단에 따라 달라져서, 만약 여러 권의 독립출판을 했더라도 위원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예술활동증명을 받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고, 위원을 잘 만나느냐에 달린 듯하다. 제출 서류에서부터 난관에 부딪히는 걸 보니, 독립출판은 아직까지는 사회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결국 약 3달간을 기다려서 받은 예술활동증명 결과는 '미완료'였다. 즉 '탈락'이었다. 사유는 '지속적으로 예술활동'을 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독립출판 책 1권만으로 바로 되리라는 생각은 물론 없었지만, 제출서류부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따로 연락해서 문의해야 할 정도로 독립출판과 관련된 규정 자체가 없었다. 독립출판은 예술활동증명 분야에서만큼은 비주류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 부분이 많이 아쉬웠다. 그래도 새로운 시도를 통해서 많은 걸 배웠다.
땅땅 인정받은 예술인이 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예술활동증명을 꼭 받아야겠다!'라고 목표를 잡고 거기에 맞춰서 준비하는 건 아닌 것 같다. 혜택이 그렇게 파격적이지도 않고,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서 스트레스만 받다가 끝날 것 같다. 그냥 자연스럽게 조건이 갖춰지면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해야 할 것 같다. (나는 워낙 손도 느리고, 일하면서 책 만들 돈도 벌어야 하는지라 아마 한참 동안은 안 될 것 같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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